손끝에서 빚어낸 아주 작은 형상들이 묵직한 조각의 몸으로 차오를 때, 나는 내 삶을 지탱하는 본질적인 사랑의 실체를 마주한다.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길어 올린 이 작고 맑은 형상들은 존재 그 자체로 주변을 밝히며, 내 깊은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가장 따스한 원초적 기억들을 일깨운다.
조형물의 부드럽고 둥근 곡선은 사랑이라는 마음을 떠올리는 순간 내 의식 속에 가장 먼저 차오르는 포근한 온기와 안도감이 형상화된 필연적 결과물이다. 이 덩어리 위에 직접 손으로 물감을 겹겹이 입히는 과정은 형상에 포근한 숨결을 불어넣기 위한 정성스러운 몰입의 시간이다.
붓질의 흔적은 아이의 살결 아래 흐르는 따스한 온기와 같으며, 사랑이 매 순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실체임을 온전히 드러낸다. 불투명한 재료 위에 그리듯 올린 채색의 층들은 아늑하고 포근한 깊이감을 더해주고, 조각적 형상 그 자체가 체온을 품은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내면 깊숙이 자리한 사랑의 진심을 머금는다.
작가노트 중
변경수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이전 작업들을 모티브로 블로우업해, 손끝으로부터 작게 빚어진 사랑의 형상들이 부풀어 올라 더욱 존재감 있고 조형적으로도 안정감이 더해진 신작들을 선보인다.
기존 스컬피 작업들은 작은 형태들이 모여 마치 거품이 일어 넘치는 듯한 설치와 감각을 보였다 하면, 작가의 신작들은 그 주체 불가였던 사랑의 형태들이 정돈되고 구체화 되며 더욱 명확하고도 안정된 사랑의 조형을 보인다. 또한 1cm 내외의 작은 조각들에선 부각되지 않았던 부피감이 더해져 넘치는, 또는 주체 할 수 없어 빚어진 느낌에서 차오르거나 담아낸 감성으로 치우치며 이전 설치 작업의 조밀함과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더욱 안정되고 집중된 사랑의 형태를 이룬다. 이로써 이번 전시는 2021년 동명의 전시 “나의 작은 사랑” 전의 확장인 동시에 작가의 사랑에 대한 철학적, 감성적 발전 (Development)의 맥락과 조형적 재미를 선보이는 전시이다.